<요약문>

이 연구는 미국 의회 우월주의의 역사적 기원과 전개과정 그리고 다시 대통령의 권한이 강화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이와 같이 수립된 대통령과 의회의 관계는 미국정치의 역사적 발전과정에서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였다. 이 연구는 이러한 변화를 해밀턴적 모델과 제퍼슨적 모델을 통해서 포착하고자 하였다. 해밀턴은 연방정부가 주정부의 상위에 위치하여 미국 시민들에게 직접적으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식의 연방주의를 강조하였다. 반면, 민주-공화당의 제퍼슨은 주정부의 제일차적 중요성을 주장하는 연방주의 이념을 강조하고, 대통령-의회 관계에서 민의를 대변하는 의회와 의회 다수당의 위상을 제고시킴으로서 의회 우월주의의 초석을 닦은 인물로 평가될 수 있다. 이와 같이 제퍼슨적 모델은 연방정부의 역할 및 권한에 관한 최소주의적 입장을 취함으로써 연방정부의 지나친 권한 확산을 통한 시민권의 침해를 방지하려 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이 의회와 의회 다수당을 존중한 대통령의 위상이 의회 다수당 내의 분열로 인해서 약화되거나 의회 다수당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경우 어떠한 현상이 나타날 것인가? 즉 이미 강화된 의회와 의회 다수당의 위상을 전제한 후 대통령의 정치력이 약화되거나 다수당이 대통령 지지자와 대통령 반대자로 분열되는 경우에는 어떠한 현상이 도래하는가? 이는 헨리 클레이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통령이 아니라 의회의 다수당 지도자, 특히 민의를 직접 대변하는 하원의 최고 책임자, 즉 하원의장이 주도하는 의회 우월주의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실제로 대통령의 권한이 다시 강화되는 19세기말까지 미국정치의 지배적인 현상으로 나타났다.

1811년 제12대 의회에서 하원의장으로 선발된 켄터키주 출신 헨리 클레이는 당시 매디슨 대통령의 무기력함과 영미전쟁의 발발로 인해서 국가의 방향을 설정해야 할 정치권력이 공백기에 접어들자 적극적으로 의회 다수당 내 민주-공화당의 주전론자의원들을 포섭하여 대통령에게 영국과의 일전을 치를 것을 매디슨에게 압박하였다. 클레이는 이후 두 차례 더 하원의장으로 봉직하면서 상임위원회를 증설하여 의회 제도화에 기여하였으며, 상임위원회에 대한 위원의 배정을 통제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법안을 만들어 이러한 법안이 행정부에 의해서 실행되도록 조정하였다. 특유의 체력과 달변으로 클레이는 대통령으로부터 의회를 최종적으로 독립시키고, 의회가 국정의 중심에 서는 의회 우월주의가 확립되는데 공헌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후 이러한 의회 우월주의는 19세기 말 이후 북부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연방정부로의 중앙집권화의 필요성이 제기됨과 함께 대통령과 행정부의 권한이 강화되면서 서서히 약화되기에 이른다. 19세기말 이후 미국의 역대 대통령은 산업화에 따른 트러스트 등 다양한 정치경제적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규제정책을 실시하게 되는데, 이러한 규제정책은 기존의 주정부의 경계설정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서 연방정부, 보다 구체적으로 연방행정부의 규제권한은 주의 경계를 넘어서서 기업과 시민에게 직접적으로 행사되기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경로를 통해서 19세기 말 이후 대통령은 의회 우월주의를 극복하기에 이르렀고, 이후 미국은 양차대전과 대공황을 극복하면서 대통령의 위상이 현저히 강화되기에 이른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논의된 미국 의회 우월주의의 경험이 한국 정치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우선 헌법 제정 당시부터 미국 의회가 최고의 권력기관으로 등장한 반면, 한국의 경우 제헌 의회 단계부터 대통령의 영향력이 지대했다는 차이가 있다. 즉 한국의 경우와 달리 미국은 출발부터 의회를 국가의 중심기관으로 하여 출발하였고, 여기에서 의회 우월주의의 존재근거가 있으며 오늘날 의회가 대통령과 함께 국정의 동반자로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동력이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미국 의회 우월주의에서 도출할 수 있는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은 역사적 선례의 중요성이다. 워싱턴은 스스로 두 차례의 임기를 마친 후 조용히 퇴임하는 선례를 보임으로서 의회의 저항을 초래하지 않았고 미국은 이후 탄핵 등의 경험이 거의 없이 대통령-의회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어서 제퍼슨 역시 의회와 소통하는 대통령, 그리고 의회 위에 군림하지 않고 의회 지도자와 상의하는 대통령이라는 선례를 남겼다. 그리고 건국 초기 이러한 선례는 의회 대통령-의회 관계가 순탄하게 나아갈 수 있는 초석이 되었다고 판단된다. 한편, 1820년대 의회 우월주의의 등장과정을 보면 자율성을 제고하려는 의회 자체의 상당한 노력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의 과정에서 의회의 다수당은 비록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과 같은 정당일 경우라도 의회가 국정의 최고기관이 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 스스로가 의회를 존중해주는 태도가 의회 우월주의의 등장에 매우 중요한 변수였음을 부정할 수 없다. 즉 민심을 소재를 의회의 다수당에서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반하여 제퍼슨 대통령은 의회의 다수당 지도자들과의 대화와 심의를 거부하지 않았으며, 이러한 대화와 심의를 통해서 의회 위에 군림하는 대통령이 아닌, 의회 내에서 소통하는 대통령으로서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견지하였다. 이러한 제퍼슨적 의회관이 행정부의 최고 수반이 대통령 스스로에 의해서 견지되고 실행되었기 때문에 의회 의월주의의 기초가 다져질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