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약  문>

최근 미디어법 처리과정에서 국회의 문제가 국회 내에서 정당들 간의 토론과 대화로 자율적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헌법재판소로 넘어가면서 사법부가 국회를 대신하게 되었다. 이러한 정치의 사법화(judicialization of politics) 현상은 대의민주주의의 위기적 징후로서 국회와 정당의 약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정치의 사법화 현상은 민주화 이후 갈수록 점증하는 추세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대변하고 조정하며 통합해야 할 정당과 국회의 역할은 당위적인 차원에서는 막중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대안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가운데, 많은 어려움과 한계에 봉착한 것이 사실이다.

본 연구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을 통해 드러난 한국 정당정치의 약화현상의 문제점과 그리고 그것의 배경(원인)을 규명한다. 아울러 대안모색을 통해 조금이라도 한국 의회정치의 선진화에 기여하고자 한다. 당연히 그 핵심에는 정당정치의 정상화와 선진화의 조건(제도적 기반)에 대한 보다 깊은 고민과 이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가 있다.

1장의 “한국에서 정치의 사법화 현황과 과제: 분점정부와 사법심판 사건처리간의 상관성”은 총론에 해당된다. 여기에서는 정치의 사법화에 대한 이론적 논의에 기초하여 가설을 설정하고 그것을 검증하는 수단으로 한국에서의 정치의 사법화의 현황과 그 의미를 살펴보고 있다. 특히, 한국의 분점정부시기가 비분점정부의 시기보다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더 강할 것이라는 가설을 설정하고, 이것을 경험적인 차원에서 검증하기 위하여 분점정부라는 변수와 헌법재판소의 사법심판사건의 접수․처리 변수간에 관계를 살펴보고, 두 변수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이러한 결과는 분점정부시기에 국회내에서 벌어지는 다수당과 소수당의 교착과 공방 및 파행이 결국 헌법재판소가 정치에 개입하게 되는 정치의 사법화 또는 사법의 정치화를 초래하는 메커니즘으로 연결되었다는 것을 분석한다.

또한 한국에서 정치의 사법화 또는 사법의 정치화를 초래하는 주요 배경으로 ‘정치권력의 파편화’와 함께 정당과 권력구조를 둘러싸고 있는 민주화 이후 ‘전환기적 시대상황’을 강조한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당정치의 정상화를 가능하게 하는 실마리는 지구화, 후기산업화, 정보화 등 변화된 시대상황을 막거나 거꾸로 되돌리는 것이 시대불가역적인 문제로 매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원내정당화’와 ‘디지털정당화’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2장은 정치의 사법화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의 하나로 “정치의 사법화 시대 정당의 개혁방향: 원내정당화 전략”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여기에서는 정치의 사법화의 의미와 효과를 낙관론의 관점에서 해석하면서, 아울러 ‘공화민주주의 헌정모델’을 구체화할 수 있는 정당개혁과 관련한 실마리를 원내정당모델의 관점에서 제시한다. 원내정당화의 구체적인 내용으로 1)원외 중앙당과 대의조직의 슬림화와 조직의 네트워크화 2)의원과 원내조직의 자율성과 비중 강화, 3)의원과 지지기반과의 정책적 네트워크와 소통능력 강화, 4)상향식 후보선출방식의 정착과 정책결정의 개방화, 5)기초조직의 개방화와 단계적인 지구당 부활 등을 제시한다.

끝으로 3장은 정치의 사법화 현상에 대한 또 다른 실마리의 하나로 “디지털 시대의 정당 개혁”을 다루고 있다. 주요 내용은 디지털 환경에 따른 정치사회의 변화상을 크게 시민의 변화와 정치적 소통 방식의 변화로 나누어 살펴보고, 디지털 환경 하에서 도전해야 할 정당의 주요한 과제들이 무엇인지 논의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시대 시민의 특성에 대해 알아보고, 정치적 소통 구조의 변화를 고찰하고 있다. 이것을 통해 정당조직의 변화, 정당권력구조의 변화, 선거캠페인의 변화 양상을 중심으로 디지털 환경 속의 한국 정당정치의 현주소를 재점검하고 아울러 이를 바탕으로 한 한국 정당정치의 도전 과제를 제시한다.